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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아이랑 설악산 대청봉 최단코스_(대청봉 등산코스, 오색코스 주차정보, 등산복장 및 준비물)

설악산 대청봉 최단코스 (오색코스)

일곱 살 딸이랑 설악산 대청봉 최단코스 다녀왔어요 :D
(오색-남설악탐방지원센터-설악폭포-대청봉, 원점회귀 왕복 10km )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여 원점 회귀하는 코스로, 아이와 함께 왕복 11시간 조금 안 되게 걸렸어요.

굉장히 힘들었던 만큼 저랑 딸아이에게 잊을 수 없는 많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던 산행이었어요.
5시간 40분 만에 마주한 대청봉, 그곳에서 한눈에 내려다보는 공룡능선은...
크~~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격이었답니다.


하지만 오색원점회귀코스는 다시는 안 가려고요... 
너무 힘들었거든요. ㅜㅜ

오색 코스 및 주차정보, 복장 및 준비물 등의 정보는 중반부에 자세하게 적어두었으니, 필요하신 분들은 스크롤 쭉쭉 내려서 확인해주세요 :)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D

 


어쩌다 보니 아이와 나는 대청봉에 도착했다. 

우리는 감격했고, 다신 오지 말자며 다짐했다.

설악산 대청봉 해발 1708m

아이와 나는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한 지 거의 5시간 40분 만에 설악산 대청봉에 도착했다.(편도 5km)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와 함께하는 오색 당일 코스를 추천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대청봉에 올라 설악산의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장관을 바라볼 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감격스러웠다. 하지만 아이가 너무 힘들다.
우리 아이는 등산 경험이 일반 아이들보다 많은 편이어서 대청봉까지는 비교적 즐겁게 올라갈 수 있었으나 하산길에서는 상상 이상의 지옥이었다. 문제는 울산바위 코스나 금강굴 코스처럼 하산길이 내리막길만 있지 않다는 것.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가려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몇 번이나 반복한다. 장거리 산행으로 이미 지친 상황에서 하산할 때도 같은 길을 또 반복하려니, 체력소모가 상당했다. 아이와 동행하다 보니, 끝이 없을 것만 같은 하산길에 혹시 아이가 넘어지진 않을까 아니면 어두워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걱정이 함께 몰려와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고됐다.


아이와 동행하므로 한 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용소 폭포나 대승폭포 코스도 고려했었지만, 지난번 토왕성 폭포 전망대에 오를 때 지루해하던 아이의 모습이 생각났다. 아이는 지루한 평지길 보다는, 북한산 백운대 최단코스처럼 경사도 적당히 심하면서 바위 절벽(로프 구간 비슷한)도 좀 있는 그런 역동적인 산행을 좋아한다. 등산하면서 자연을 감상하면서 걷기에 일곱 살은 너무 어리다. 하기야 나의 유년 시절을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단체 생활로 인해 부득이하게 산에 올라야 할 때마다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일 년에 고작 한두 번 정도였을 뿐이었는데도 말이다. 산에는 왜 힘들게 올라야 하는가. 어차피 내려올 건데 말이다. 이런 의문은 대학교 MT, 회사 워크숍 등 타의에 의한 등산을 할 때마다 계속되었던 것 같다.
고작 일곱 살. 산을 오르면서 어떠한 의미를 찾기란 쉽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정상까지 갈 수 있는 이유는 아이가 평지보다는 힘이 더 들고 위험해 보이는 로프 구간을 좋아한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었다. 쉽지만 지루하고 잔잔한 길보다는 힘은 좀 들어도 스릴 있고, 재미있는 구간을 좋아하는 것이다. 아이가 힘듦이 예정된 산행에 흔쾌히 따라나서 주는 이유는, 아이에게 등산은 일종의 '놀이'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산에 오를 때는 늘 뭔가의 관심거리가 필요하다.

 

설악산 오색코스에서 만난 다람쥐

 

어느 부모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이의 걸음을 재촉하지 않는다. 특히, 산에 갔을때 말이다. 보폭이 좁은 아이는 나보다 훨씬 힘들 것이므로. 아이의 컨디션이나 기분을 수시로 살핀다. 산행하는 동안 아이가 어떤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면 최대한 같이 공감해주고,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나는 산의 신선한 공기와 숲 내음, ㅅ소리 등의 자연을 감상하며 걷는 일이 좋지만, 아이는 기어 다니는 벌레, 처음 보지만 신비하고 예쁜 꽃, 꽈리를 틀고 있는 고목, 다람쥐, 고양이, 새 등 어떤 곤충이나 동·식물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며 교감하고 싶어 한다.
힘든 산행이 아이에게 놀이가 될 때 우리의 속도는 더욱 느려지고, 이럴 때마다 나는 아이랑 같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설악산 대청봉 최단코스(오색코스)의 가파른 계단길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되는 오색코스는오색 코스는 대청봉에 오를 수 있는 최단코스로 유명해 많은 사람이 이용한다. 그만큼 경사진 돌길과 가파른 계단 구간이 많아 쉽지 않다. 오색 코스는 숲 속 산행 구간이어서 특별한 조망 없이 힘들기만 한 코스로 알려져 있기도 한데, 실제로 가보니 시작부터 시작되는 숲 터널에 한눈에 반해버렸다. 작년 무박 2일로 지리산에 갔을 때 노고단에서 반야봉 방향으로 걸었던 능선이 마치 동화에서 나올 법한 숲 터널이었다. 오색 코스는 그 숲 터널을 좀 더 경사지게 세워놓은 느낌.

울산바위나 금강굴, 천불동계곡 등 기암괴석이 멋들어진 외설악만 다니다가 내설악의 오색 코스에서 지리산과 닮은 면모를 발견하고는 얼마나 반갑고 감탄스럽던지. 지리산에 처음 갔을 때, 숲과 한 몸이 되는 듯한 느낌이 굉장히 긍정적인 충격이었다. 역시 괜히 명산이 아니라면서.


계절별로, 시간대에 따라, 날씨에 따라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니, 설악산에 계속 찾게 되는 이유이다.

 


설악산 대청봉 최단코스 정보

왕복 10km

(남설악탐방지원센터 → 설악폭포 → 대청봉  원점회귀)

설악산 대청봉 최단코스(오색) 출처 knps.or.kr

 

· 오색(양양군 서면 오색리)원점회귀코스


오색_남설악탐방지원센터 → 설악폭포 → 대청봉 → 설악폭포 → 오색(왕복 10km, 성인 약 8시간 소요)

 

설악산 등산지도 6/10 촬영
설악산 오색코스 난이도

 

☞ 아이와 함께 쉬는시간 포함 왕복 약 10시간 40분 소요


남설악탐방지원센터 → 대청봉 (약 5시간 40분), 대청봉 → 남설악탐방지원센터 (약 5시간)

 

설악산 대청봉에서 바라보는 중청대피소_대청봉에서 걸어서 약 10분거리

 

당초엔 중청대피소에서 1박 할 생각으로, 오색 코스보다는 좀 더 오래 걸리지만 조망이 좋아 걷기에 심심하지 않다는 한계령 코스(한계령탐방지원센터-서북능선-대청봉-비선대-소공원 코스, 19.3km, 약 12시간 소요) 또는 백담사 코스(백담사-봉정암-대청봉-비선대-소공원, 23.9km, 약 12시간 50분 소요)로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중청대피소를 예약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5시간 반 만에 대청봉에 올랐을 때 가까이 보이던 중청 대피소를 바라보며, 이대로 저기에 가서 1박 하고 하산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코스로 가든지 아이와 함께라면 중청 대피소쯤에서 1박을 할 수 있다면 무리 없는 산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우리는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는 대청봉 최단코스(오색코스)에 다시는 가지 않기로 했다. 장담하긴 어렵지만 말이다. 오르는 길도 만만치 않았지만, 장시간의 산행으로 지친 상태로 가파른 돌길과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하산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당연히 아이도 힘들어해서 평지가 나올 때마다 안아주었는데, 정말 죽을 맛이었다. 사서 고생한다는 말이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듯. 아이랑 함께하는 산행은 어른 기준 왕복 3시간 코스가 적당한 것 같다.

 


설악산 대청봉 최단코스 주차정보

무료주차? 유료주차?

 

설악산 대청봉 최단코스 오색리 주차장 정보 지도출처 : 네이버지도

 

※ 22.06.10 기준 정보입니다.


● 무료 주차 : 설악산 오색리 주차장(강원 양양군 서면 대청봉길 103)
● 유료 주차
     - 위치 : 오색 그린야드호텔 주차장(강원 양양군 서면 오색리 507 ☞ 티맵 목적지 주소)
     - 주차요금 : 30분당 500원(20분 이내 무료), 호텔 투숙객 or 온천 이용 시 무료 (카드 결제만 가능)

 

대청봉 최단코스 등산로 입구와 가장 가까운 유료주차장_오색그린야드호텔 주차요금 정보 6/10촬영

 

우리는 11시간 이상 주차했는데 만원이 청구되었다. (하루 최대 주차요금은 만원인 것으로 보임)
출차할때 내가 사진 찍느라 시간을 많이 지체했는지, 정산 후 차단봉이 열렸다가 다시 닫혀 잠시 당황했지만 호출 버튼을 누르니 직원분과 연결이 되었고 문을 다시 열어주셨다.
오색리 주차장(무료)에 주차하게 되면 대청봉 최단코스 출발 지점인 남설악탐방지원센터까지 약 1.2km 정도 (성인 기준 약 20분 소요)를 걸어야 한다. 우리는 당연히 출발 지점과 가장 가까운 주차장인 오색 그린야드 호텔 주차장에 유료 주차를 했는데, 여기부터도 400m 정도 이동해야 남설악탐방지원센터(대청봉 최단코스 등산로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주차비가 들었지만, 고된 산행을 마치고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유료주차장에 주차하길 정말 잘한 일이었다. 언제 가더라도 등산로에서 가장 가까운 유료 주차장을 이용할 계획이다.

 

6월 초 평일 오후 7시 54분 오색그린야드호텔 유료 주차장, 한산하다

 

비수기라 그런지 아침 8시 조금 넘어 도착했을 때도, 하산 후 차가 나올 때도 주차장이 한산해서 더욱 좋았던.
작년 겨울 소백산에 갔을 때 주차장에서 등산로 입구도 가지 못하고 되돌아온 경험도 있어서, 우리에게 주차장 위치는 매우 중요했다. 아이랑 동행한다면 주차장이 가까워야 시간 낭비와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하지 않고 무사히 입산할 수 있다.

 


아이랑 함께 가는 설악산 대청봉 최단코스 복장과 준비물

(장거리 산행시 보조배터리와 랜턴은 꼭 챙기세요!)

설악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공룡능선

1. 복장
     1) 나 : 등산화, 등산 반바지, 등산양말, 면 반팔, 등산배낭 35L
     2) 아이 : 등산화(노스페이스 보아), 두꺼운양말, 면 반팔, 레깅스, 바람막이


2. 먹을거리
     1) 아침 : 에프에 구운 감자와 고구마, 사과, 커피
     2) 점심 : 컵라면 소 컵 인당 1개씩, 밥 1.5인분 & 김치(지퍼백에 각각 담아 포장), 아이스커피(500mL 보온병), 뜨거운 물(컵라면용), 일회용 젓가락&숟가락
     3) 비상식량 : 생수 500mL 인당 1병씩(부족해서 어른들이 덜 마심), 초코바 인당 1개씩, ABC 초콜릿 쿠키(은근 맛남), 오곡 식빵 3장(남음), 아몬드 초코볼(포장 버리고 지퍼백에 담아), 아이셔


3. 비상용품
     경량 구스, 경량 구스 조끼(아이 것), 우비(인당 1벌씩), 아이의 여벌 양말과 바지, 속옷, 대일밴드, 버물리, 스틱, 무릎 보호 테이프, 비닐봉지 여러 장(쓰레기 담을 용도 외), 여벌 마스크, 손수건, 티슈


최대한 꼼꼼히 챙긴다고 했는데, 다녀오고 보니 왕복 8시간 이상의 장거리 산행의 필수품은 보조배터리와 랜턴이었다. 이 중요한 두 가지가 없으니까 하산하는 길에 날이 어두워질까 노심초사.
더운 날씨에 생수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우리의 경우 1인당 500mL 두 병이면 넉넉히 마실 것 같았다. 한 병을 미리 얼려서 가서 점심때까지 시원하게 마실 수 있었다. 컵라면의 국물은 산에 버릴 수 없고 여정이 끝날 때까지 들고 다녀야 하는데, 스프를 적게 넣어 물을 최대한 적게 조절하면 많이 남기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우리는 스프와 물의 양 조절을 했는데도 국물을 남겨서 비닐 안에 휴지와 국물을 함께 넣어 가방에 들고 다녔다 ㅠㅠ) 보온병은 무거우므로, 최소한으로 챙기는 것이 좋다. 


아이의 여벌은 혹시 몰라서 챙겼는데, 하산길에 아이가 신발이 불편하다고 하여 양말을 갈아 신겨줬더니 좀 더 편안해했다. 아이와 동행한다면 혹시 모를 비상용품은 최대로 챙겨가는 것이 안전하다.
이번에 등산 반바지를 처음 입어봤는데, 날아다니는 작은 곤충들이 맨다리를 간지럽혔고 가볍게 넘어졌을 때도 상처가 바로 나버렸다. 다음 산행엔 등산 바지를 입거나, 롱 삭스를 신어야겠다.